강아지 산책 못한 날 (노즈워크, 눈높이 교감, 냄새 탐험)

퇴근길 차 안에서 문득 오늘도 야근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집니다. 현관문을 열면 꼬리를 흔들며 반겨줄 아이 얼굴이 떠오르는데, 오늘도 산책은 못 나가게 생겼으니까요. 저희 집 포메라니안 콩이도 그랬습니다. 며칠간 폭우와 야근이 겹쳐 산책을 못 나갔더니, 평소 활발하던 콩이가 현관 앞에 힘없이 엎드려 제 눈만 빤히 쳐다보더군요. 그 풀 죽은 눈망울을 보니 "나 오늘도 못 나가?"라고 묻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따뜻한 거실에서 보호자의 부드러운 손길을 받으며 편안해하는 하얀색 포메라니안 강아지와 두 사람의 교감

집에서도 가능한 코 자극 놀이, 노즈워크의 힘

산책을 못 나간 콩이가 보여준 첫 번째 변화는 예상치 못한 파괴 본능이었습니다. 평소엔 건드리지도 않던 거실 슬리퍼를 갈기갈기 물어뜯고, 갑자기 거실을 미친 듯이 질주하는 '우다다'를 반복하더군요. 포메라니안은 체구는 작아도 에너지가 응축된 견종이라 그런지, 그 에너지를 발산할 출구가 없으니 집안 곳곳에서 스트레스를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제가 시도한 것이 바로 노즈워크(Nose Work)였습니다. 노즈워크란 강아지의 후각을 자극해 간식이나 장난감을 찾게 하는 훈련법으로, 미국 켄넬 클럽(AKC)에서도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은 활동입니다(출처: American Kennel Club). 쉽게 말해 강아지의 코를 최대한 활용하게 만들어 뇌를 자극하고 만족감을 주는 놀이죠. 종이컵 여러 개에 사료를 숨겨두고 찾게 하거나, 담요 사이사이에 간식을 숨긴 노즈워크 매트를 활용했더니 콩이는 한참 동안 코를 킁킁거리며 집중하더군요.

직접 겪어보니 노즈워크는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놀이가 아니었습니다. 강아지가 냄새를 추적하고 목표물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뇌에서는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되는데, 콩이가 간식을 찾아낸 순간 꼬리를 흔들며 제 무릎 위로 올라와 턱을 괴던 그 표정, 그게 바로 만족감이었습니다. 간식을 찾아낸 순간 꼬리를 흔들며 제 무릎 위로 올라와 턱을 괴고 잠들던 모습을 보며, 산책을 못 나가는 상황일수록 보호자가 더 부지런히 실내 놀이를 챙겨줘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같은 높이에서 나누는 5분의 교감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저는 늘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방부터 내려놓고 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그런데 콩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하루 종일 기다렸던 보호자가 돌아왔는데 반응이 덤덤하면 마치 깜짝 파티를 준비했는데 주인공이 그냥 지나가 버린 것과 같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일본 아자부대학교 연구팀은 강아지와 보호자가 같은 눈높이에서 눈을 맞추고 있을 때, 양쪽 뇌에서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이 200%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출처: Science Magazine). 옥시토신이란 흔히 '사랑 호르몬' 또는 '애착 호르몬'이라 불리며, 엄마와 아기 사이에서도 분비되는 물질입니다. 서서 내려다보며 건네는 100마디보다 같은 높이에서 나누는 한마디가 강아지 마음에 더 깊이 닿는다는 뜻이죠.

그 이후로 저는 집에 오자마자 딱 5분만 콩이와 온전히 교감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현관에 앉아 콩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제 옷에 배어 있는 바깥 냄새도 충분히 맡게 해줍니다. 콩이는 코를 킁킁거리며 제가 오늘 어디를 다녀왔는지,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냄새로 하나하나 읽어냅니다. 우리는 말로 하루를 나누지만, 강아지는 냄새와 온기로 하루를 나누는 거죠. 이 짧은 5분이 매일 쌓이니 콩이의 분리 불안(Separation Anxiety)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해 혼자 남겨지는 것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증상인데, 퇴근 후 눈높이 교감을 꾸준히 해주니 콩이가 제 출근 시간에도 예전보다 덜 불안해하더군요.

창문 하나로 만드는 냄새 탐험

산책의 핵심은 걷는 운동량이 아니라 바깥 세상의 냄새를 맡으며 뇌를 자극하는 탐험에 있습니다. 전봇대 구석구석 다른 강아지들의 냄새를 맡으며 세상을 읽는 그 시간은, 강아지에게 SNS를 보는 시간과 같습니다. 그런데 산책을 못 나가는 날에도 이 탐험 본능을 충족시켜줄 방법이 있습니다.

저희 집은 고층 아파트라 창문을 열어도 바닥의 냄새를 직접 맡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창문을 살짝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바람을 타고 올라오는 공기, 웅성거리는 소음,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가 콩이에게는 흥미진진한 자극이 됩니다. 제가 콩이를 품에 안아 창가로 데려가 바깥 공기를 맡게 해주면, 콩이는 코를 킁킁 움직이며 집중합니다. 멀리 나가지 않았어도 아이에게는 이미 탐험이 시작된 거죠.

또 하나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제 냄새가 밴 옷을 콩이 잠자리 근처에 깔아주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콩이가 빨래 바구니를 뒤지거나 제가 벗어 놓은 옷 위에만 올라가 앉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간절하게 보호자 냄새를 찾고 있던 거더군요. 강아지에게 보호자의 냄새는 '여기는 안전해,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신호입니다. 하루 정도 입었던 티셔츠 한 장을 방석 밑에 깔아주니, 콩이는 금방 평온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산책을 못 나가는 날 강아지 행복을 채워주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노즈워크로 집 안에서 코를 자극하는 탐험 만들어주기
  2. 퇴근 후 눈높이를 맞춰 5분간 온전히 교감하기
  3. 창문을 열어 바깥 공기 냄새를 맡게 해주기
  4. 보호자 냄새가 밴 옷을 잠자리에 깔아주기

사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만큼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산책을 못 나가서 축 처진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무겁지만, 거창한 훈련이나 비싼 장난감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지친 몸으로 아이와 눈을 맞추는 그 1분, 제 냄새가 밴 옷 한 장을 깔아주는 그 작은 배려가 강아지에게는 큰 행복이 됩니다. 콩이가 현관 앞에서 리드줄을 물어오며 해맑게 웃는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산책을 못 시켜줬던 그 미안한 며칠의 기억이 저를 더 부지런한 보호자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ZtXKuiFLSw